머리속의 GPS

자하문로 - 공존의 지혜

yesorgood 2021. 4. 1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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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서촌, 석파정, 청와대는 많이 가본 지역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중심지이기에 외국인들이 선호하기 때문이다. 자하문로는 이번에 처음 가보았는데 예전에 와봤었다고 괜한 착각을 하는 바람에 하마터먼 못올 뻔 했다. 돌아보니 예전에 왔던 곳은 청와대와 경복궁 사이의 까페촌이었고, 이번에는 서촌과 청와대를 낀 주택가 구석구석이었다. 

 

4월 첫주는 굉장한 변화가 있는 시기였다. 행복주택에 당첨되어서 나름 감사하며 살다가, 코로나가 길어지며 가이드일을 0건도 받지 못하게 되었고, 혼자사는 1인 가구로서는 참담한 시기를 지나야만 했다. 다행히 외국계회사와 프리랜서로 하고 있는 일이 있어서 생계는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돈을 좀 더 벌어야 하겠다는 생각, 그리고 친구들이 다들 직장에서 자리잡고 차곡차곡 재산을 불려나갈 때 나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속상하기도 했다. 

 

지루하다 못해 참담한 시기를 보내던 중 지원한 곳에서 인터뷰 제의가 왔고, 나는 순순히(?) 응했다. 업무도 기존 프리랜서 주업무를 해치지 않을 정도로 평이했고, 외국계의 큰 회사여서 믿을 만 했고, 시간대도 겹치지 않아서 딱이다 싶었다. 그런데 왠걸 인터뷰를 지역 담당자 인터뷰, 무슨 무슨 지역 담당자, 본사 담당자, 본사 최고 경영자까지 4번에 걸쳐 인터뷰를 하게 된 것. 나는 변화가 필요했고, 지금보다 시간을 좀 더 밀도있게 쓰고 싶었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마지막 최고경영자 인터뷰때는 앞의 3번의 인터뷰에서 오디오로만 했기에 완전 이상한 옷을 입고 거지꼴을 하고 앉아있었는데 화면을 켜달라고 요쳥해서 이건 인터뷰가 아니라 오타쿠와 최고경영자의 극적인(?) 만남 같은 꼴이 되어버렸다. 어떻게 대답했는지 버벅대로 표정관리 안되고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마쳤다. 웃으면서 대답했지만 내심 한심하다 생각했을 것이다. 암튼 좀더 잘 입고있을걸하며 찝찝한 마음으로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두번째 변화는 임대주택을 신청한 것이다. 지금 행복주택을 앞으로 4년 반정도 더 살 수 있고 나는 아무런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 젊을 때 집안의 빚을 갚느라 내 재산을 모으지 못해서 여기 있으면서 돈을 모아서 나가는게 지상 목표였다. 교회 언니의 연락이 없었다면 그 계획을 절대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근처에 국민임대를 짓고 있으니깐 거기 지원해 보라는 것이었다. 아니 왜이지? 그럴 필요없는데 굳이? 라고 생각하며 생각해보겠다고만 했다.

 

그런데 며칠 생각해보니 그거 지원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언니도 전세자금 정도는 있었는데 교회일을 하느라 돈을 많이 버는 직장에는 못다니는 상황이었고, 설령 전세집에 들어간대도 떼이거나 올려달라고 하면 대책없고, 집을 사자니 턱없이 부족하니 임대주택을 택한 것. 나라고 그러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뭔가 애매한 상황에 언니가 최선의 선택으로 지원한 것이고, 나에게 모범사례로 보여준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나는 결국 국민 임대주택에 지원하기로 했다. 근데 지원해보니 여기보다 훨씬 넓고 교통도 좋고, 재산한도도 훨씬 높았다. 같은 임대이지만 여기서보다 더 많이 모을 수 있고, 모으지 못한다면 더 오랜 시간의 여유가 있는 것이다. 주여. 주님이 때에따라 인도해주시는 구나 생각이 들었다.

4월 5일 단 하루 지원할 수 있어서 아침부터 인증서 및 기타서류를 챙겨 지원하고 보니, 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또 열심히 살다보면 집과 관련해서 좋은 기회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증권사와 은행권 최고 간부를 지낸 어떤 기독교인이 재정강의를 하는 것을 들었는데, 임대주택과 국민연금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유레카"라고 했단다. 집을 굳이 사야하냐. 돈없는 선교사들, 기독교인들 임대주택에 살면서 국민연금 잘 붓고 신앙생활 열심히 하면 된다라고 하더라. 너무 큰 돈을 집에 깔고 있으니 삶의질이 좋지 않고 경쟁에 몸이 남아나질 않고 기도에 전념하지 못한다고. 임대주택에 살면서 남의 시선 생각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임대주택에 살면 쳐지고 못사는 사람이라는 편견을 받을 수 있는데, 그렇게 보는 사람들은 부자인가? 부모돈, 은행돈 없으면 별반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이다. 하나님앞에 소망을 두고, 하나님과 같이 살면 매일 매일 희망이고 차원높일 것 투성이니 쳐질 필요가 없다. 따뜻한 물 나오는 깨끗한 내 보금자리 하나 있는 것이 그렇게 감사하다. 주인 눈치볼 필요도, 돈을 떼일 염려도 없다.  

 

4월 첫째주 격변의 시기를 겪었다. 프리랜서로 업무 하나 추가하는 것과 국민임대 신청한 것. 이것은 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어쨋건 그것을 놓치지 않고 다 했으니 나머지는 모두 주께 맡기기로 한다. 어디선가 분명 나와같은 고민을 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결정하게 된 과정에 대해 적어보았다.

 

그 모든 것을 마치고 자하문로를 탐방하니 또 기분이 새롭다. 나는 이 좁은 통로를 계속 갈 줄 만 알았는데 새로운 곳으로 길이 열린다. 뭐 거창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라도 지금보다 5%만 뭔가 상황이 나아져도, 소보루 빵만 먹다가 크림빵 먹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듯이. 그런 것이 생길것을 기대하니 기분이 조금은 상쾌했다.

외국인들에게 한국에서 뭐가 가장 좋냐고 질문하면 전통과 현태가 공존해서라고 한다. 경복궁 근정전에서 바라보면 마이크로 소프트사등 최첨단의 현대적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기술의 발달과 고급인류가 출현해도 나는 끄덕없다는 듯이 경복궁은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하문로 주택가도 곳곳에 전통한옥이 있고 새로운 건물도 있다. 전통한옥만 줄지어 있는 것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주변 현대식 건물과 조화를 이루며 있는 것도 보기가 좋다. 더욱 고고한 빛이 난다고 할까.

 

곳곳에 스튜디어 및 갤러리, 창작활동을 하는 곳들도 많다. 갤러리나 까페 자체가 예술적이다.

 

 

막판에 발견한 냥이들. 모녀지간? 똑같은 색깔의 식빵을 굽다니. 너무 귀엽잖아 ㅠ

마무리로 냥이까지 보니 참으로 마음이 가득찬 기분이다. 오늘도  모든 것 누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새로운 일들이 물밀듯이 밀려올 때 정신을 차리고, 분별해서 잘 헤쳐나가기를 다짐하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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