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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프리랜서, 그래도 혼자산다.

쿠팡이츠 도보배달 도전기 - 초심자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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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띵동" 

잠실역에 도착하자 마자  알람이 울렸다. 응 뭐지? 하고 폰을 보니 쿠팡이츠 알림이다. 

내가 2번 정도 쿠팡이츠를 언급당한 적이 있다. 한번은 교회 일하는 친구가 쿠팡이츠 하는데 쏠쏠하다고 그랬던 적이 있다. 아무 날도 아닌데 내게 값이 좀 나가는 선물을 보내주기도 해서 대체 얼마나 쏠쏠하길래? 생각했다. 그땐 사실 좀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내가 길을 잘 찾을 자신이 없어서 흘려들었다. 또 한번은 아파트 단지 단톡방에서 거의 백만원 가량 쿠팡이츠 수입이 있는데 소득 신고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하는 내용이었다. 결론은 벌금 물어내야하니 신고해야한다는 것이었긴 했지만, 내 관심사는 "아니 본업이 아닌데 이렇게 많이 번다고?" 였다.

 

외국계회사와 일하는 나는 오전에는 시간이 붕 뜨는 날이 많다. 외국의 지리적 특성상 오후부터 일을 시작하기에 그 시간이 참 아까웠다. 많은 부업을 찾았지만 간간이 회사일이 오전에 들어오기도 해서 마땅한 것이 없었다. 그런데 쿠팡이츠는 내가 수락할지 말지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일단은 그냥 앱을 깔아만 놓았다. 

 

깔아놓은지 보름 정도 되었는데 그간엔 배달 건수가 많음, 매우 많음, 이렇게 뜨긴 하는데 내게 배정된 적은 없었다. 내가 시스템을 잘 몰라서 그런가? 하고 생각만 했고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얼마전 3월 1일에 잔뜩 흐릴 때 얼마나 배달들을 시키는지 "매우 많음"으로 떴었지만 내겐 배정이 안되었었다. 아마도 다른 사람이 수락해서 그런 듯 하다.

 

그랬던  앱이 드디어! 울린 것이다. 앱은 직관적으로 수행 순서에 따라 보기 쉽게 작동하도록 되어있어서 처음인 나도 곧잘 할 수 있었다. 캡쳐가 금지된 화면도 있고 버스에서 내려 정신없이 걸어가느라 이동 중의 화면은 저장하지 못했다.

 

첫 배달은 퓨전 음식집에서 음식물을 픽업해서 약 5분 거리의 A 오피스텔에 배달하는 일이었다. 나를 다 쳐다보지 않을까? 창피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들어갔지만 왠걸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았다. "매장 도착" 버튼을 누르고 픽업대에 포장된 음식물과 내 폰의 주문 번호를 확인하여 받아오기만 하면 되었다. 배달 앱 회사명이 써있는 배달 가방 같은걸 들지 않아서 참 좋았다. 그냥 주문한 것 포장해서 들고가듯 자연스럽게, 유유히 식당을 빠져 나왔다. 

 

A 오피스텔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대부분 건물들이 큼직해서 길치인 나도 지도를 보고 쉽게 찾을 수 있다. 초인종을 누르고 영수증에 "벨O  문 앞에 놓고 가주세요"써진 것 처럼 벨을 누르고 문 앞에 놓고 오기까지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초인종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뭐지? 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문 앞에서 헤꼬지 하면 어쩌지? 쓸데 없는 걱정을 하며.. 성공적으로 배달을 마쳤다. 배달을 마치고 앱 화면에 "배달완료"를 누르면 끝이다. 

 

와. 암튼 실수없이 잘 해냈네. 안도하며 큰 사거리 쪽으로 걸어왔는데 또 "띵띵동"하고 울렸다. 아까 A 오피스텔 상가의 식당에서 같은 A 오피스텔로 배달하는 일이었다. 와우. 이건 완전 식은죽 먹기잖아. 그런데다 배달료도 4,750원이었다. 번잡한 시간대라 높은건가? 안할 이유가 없다. 성큼 성큼 가서 식당에서 물건을 받아 이번에는 초인종도 대범하게 누르고 문 앞에 놓고서는 "배달완료"를 눌렀다. 이렇게 2차 성공.

 

총 30분도 안걸린것 같다. 지도앱을 작동하느라 더이상은 배달을 수행할 배터리가 남아있지 않아서 이만 종료하기로 했다. 만약 다른 건물, 다른 주택가로 배정되었다면 잘 할 수 있었을까? 너무나 운이 좋게 배달했던 곳으로 배달을 가는데다 같은 건물 상가의 식당이라니. 이런 것을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해야하나? 아님 식은죽 먹기라고 해야하나? 암튼 다음에 고난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갈 때마다 2건씩이라도 하면, 차비라도 벌 수 있지 않을까? 경기도에서 잠실까지 가는 차비가 많이 들어서 차비 정도는 벌어서 충당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수입 인증 화면이다. 가끔 남는 시간을 활용해 용돈 정도 벌어보려고 앱테크도 해보긴 하지만 이게 제일 수익성이 좋은 것 같다. 평소엔 7000원 짜리 밥도 냉큼 사먹는데 이 돈은 못쓸 것 같다. 노동을 통해 번 돈 역시 소중하다. 수입은 월말에 정산해서 3.3%떼로 입금된다고 한다. 

뜻밖의 행운으로 손쉽게 돈 벌어본 오늘. 역시 그간 2번의 메시지가 우연은 아니었나 보다. 내가 해보니 나를 위한 사이드 잡이네. 어차피 햇빛 받고, 기분전환하러 잠실 오는 건데 돈도 벌고 걸으면 더 좋지, 놀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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